중학교 학창 시절, 부자집 친구 집에 가면 부러운게 많았다. 꼭 가지고 싶었던 비싼 오디오 콤포넌트 등등 생전 보지 못한 한것들이즐비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그런 물건들을 보면서 [저것이 내 소유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도 했다.
결국 카세트겸용 라디오를 갖고 싶어서 모험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학교에 그 세트라디오를 가지고 와 음악도 녹음하고 들려주는 급우들이 그리 부러 울 수가 없었다.
부모님 몰래 빨간 돼지 저금통을 칼로 그을 때 다가올 내 운명에 대해서 잘 알고 었지만 그 카세트의 유혹을 뿌리 칠 수 없었다. 청계천 세운상가로 달려가 일제파나소닉 카세트 겸용 라디오를 손에 쥐었을 때 그 기쁨은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었다.
행여 어디 부딪치지나 않을까~애지중지 가슴에 안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전 범죄를 위해 내방 비밀장소에 카세트를 숨기고 발가벗겨진 돼지저금통은 증거 인멸을 위해 다른장소에 몰래 갔다 버렸다.
어린 마음 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며칠 못가 들키고 피똥 싸도록 맞겠지만 한 순간의 고통이 지나면 영원한 평화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 가벼웠다.
결국 며칠 못가 어머님 한테 틀켰는데 아버지 한테는 안 일러 바치겠다는 서약을 받고 어머님한테 죽도록 매 맞았다. 매를 맞으면서 속으론 그 카세트 생각만 하면 마음이 기뻤다.
그 악몽의 매 맞는 날이 지나고 내게는 드디어 멋진 평화가 다가왔다. 책가방속에 책은 빼 먹어도 카세트는 늘 나와 같이 동행하는 친구가 되었고 학교에서도 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테이프를 사고 나만의 음악을 골라 녹음하고 그걸 다시 들어보는 신기한 마술덩어리 를 보고 친구들이 날 부러워 하는 걸 보고 속으로 ㅎㅎ짜슥들~^*^하고 우쭐거렸다.
2년 정도 지나 고1때 그 카세트 라디오를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잃어버렸을 때 난 그만 울고 말았다. 내 분신이 사라졌기 때문에......
요즘 앰피3에다 컴퓨터에다 피디피에다 모바일 헤드 콤포넌트에다 부러울거 없이 지고 다니는 학생들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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