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구름 따라 15(울산 문수산)
일시: 2010년 5월 29(토)
코스: 영해마을->망해사->깔닥고개->정상->문수사->상작마을
부산 광안리 숙소에서 영해마을 가는 여러 방법 중에 제일 편한 방법은 49번 부산시내버스를 타고 노포동 종합터미널에 내려 내리는 곳에서 바로 1127번 울산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영해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이 하나 있긴 있는데 그것은 광안리에서 부산지하철 2호선 광안역까지 조금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수영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연산동역까지 간 다음 다시 1호선으로 노포동역으로 하차, 울산행 버스 정류소(노포동지하철역사 옆에 위치)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울산행 버스 안에는 제법 손님들이 많았다. 난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운전석 대각선 코스 첫 자리에 앉았다. 7번 국도를 타고 구석구석 누비는 이 울산행 버스는 완행으로 시골풍의 매력이 장점이다. 고속화 시대에 느림의 여유를 만끽하며 온 동네 구경을 다 시켜준다. 덕계장, 서창장, 웅천장 등등. 버스비 2000원을 내고 이런 호사 관광이 있으랴!
문수산은 가지산, 신불산 등 영남알프스의 인기명산 축에도 못 끼는 낮은 산이지만 울산 시민들이 아주 편하고 쉽게 이용하는 안마당 같은 산이다. 산세도 부드럽고 숲도 많아 가족단위 웰빙 산책 코스로는 그만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이라기보다는 숲속 휴양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숲속 안에 평상이 깔려있어서 산림욕과 더불어 명상하기에도 좋고 한 숨 낮잠을 자도 좋을 듯 하다. 간혹 나타나는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울산시내와 바다가 시원하다.
문수산에는 산을 대표하는 문수사라는 기도도량이 정상 조금 밑에 자리하고 있다. 제법 알려진 절이라서 그런지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러 온다. 이 절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 풍광이 정말 좋다. 특히 절 옆 임도를 따라 좌측에 펼쳐지는 절벽 풍광은 너무너무 아름답고 시원하다.
문수사 해우소에서 상작마을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정말 어느 오지마을에 온 착각이 든다. 기도를 하러 오는 자가용만 가끔 보이고 임도길 사이로 난 계곡에서만 물소리가 졸졸 들릴 뿐이다. 계곡에서 찬 물에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한 참을 내려오니 저수지가 나타났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작은 댐인 것 같았는데 막상 둘러보니 제법 넓은 저수지였다.
임도를 터벅터벅 내려오는 맛은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안겨준다. 일단 시야가 잘 확보되어 마음이 편하고 길이 구불구불 돌아 아기자기한 자연의 현상들을 구경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시골의 농토와 밭,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부락들 등이 조화를 이루며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었다.
드디어 상작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규모로 볼 때 제법 큰 마을이었다. 멋진 한옥건물도 보이고 음식점도 보였다. 이 상작마을에서 조금 더 가면 울산과 통도사를 연결하는 도로와 만난다. 버스도 물론 다닌다. 하지만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두시간 간격으로 울산과 통도사간을 운행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난 5시 정각에 통도사로 가는 버스를 상작마을입구 정거장에서 탈 수 있었다. 만약 차시간이 안 맞으면 다리나 손을 들어 행운을 기다리거나 정거장 바로 옆 가게에서 막걸리와 안주 삼아 차 시간을 여유롭게 기다리면 된다. 막차는 오후 7시가 끝이다(양 방향)
통도사로 가는 이 울산 시내버스 또한 시골 향기를 풍기며 군내도로를 돌아돌아 삼동면을 거쳐 통도사(신평)정류장에 나를 내려 주었다. 오는 내내 창가 풍경에 빠져 들어 깊은 나만의 여행 속에 빠져 든 것 같았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들이었다. 산을 타고나서 발길 닿는 대로 왔을 뿐인데 이런 느림의 여유가 있으니 마음속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부산 명륜동행 12번 버스를 올라탔다. 바로 부산행 직행이 있지만 재미없다. 밋밋한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것만이 존재한다. 나는 일부러 완행을 탔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시골틱 한 풍경 속에서 느림의 여유와 사람사는 모습들을 구경해 보기 위해서였다.
산행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느림의 여유를 만끽한 토요 산행이었다.
녹색코스를 따라서 천천히 갑니다
문수산 정상석입니다.
문수사입니다. 기도도량으로 유명하죠
동해바다와 울산시내
임도길로 내려오다 만난 저수지
제법 넓더군요. 관음지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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