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북한산 가는길 4편(탕춘대 능선 가는길)

riverangio 2009. 4. 7. 14:41

북한산 가는 길 4편: (탕춘대 능선)


 구기동 삼거리를 출발하는 코스로 탕춘대 능선이 있다. 탕춘대라는 이름은 세검정 부근에 전망 좋은 돈대가 있었는데 조선왕조 연산군이 가끔 행차하여 질탕하게 놀았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구기파출소 앞의 대로에 들어서면 파출소 너머 한 일(一)자형의 야트막한 능선이 탕춘대성터이고 그 이름을 딴 탕춘대 능선이 나타난다. 향로봉과 비봉능선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기도원을 지나면 오른편으로 산쪽으로 통하겠다 싶은 층계가 나타난다. 그런 곳이 아래쪽과 위쪽 2개가 있다. 그리로 들어서면 정말 산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어느 층계길로 오르든 간에 탕춘대능선에 올라 설 수 있다.

 능선에 오르면 시야는 더욱 더 확실해 진다. 이 능선 길이 상명대학교 뒤쪽과 녹번동 삼거리의 대림아파트 쪽에서도 올라올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또 문화촌이나 구기터널의 불광동쪽 입구에 있는 구기터널매표소를 거쳐서도 올라올수 있다는 사실도. 이 능선길은 탕춘대성터이다. 곳곳이 많이 훼손됐지만 성벽이 길을 따라 죽 쌓였다.

 능선에 올라서면 서쪽 정면으로 거대한 암봉 하나가 우람하게 솟아있다. 족두리봉이라고도 하고 거북바위, 유방바위, 젖꼭지봉이라고도 부른다. 제 눈이 안경이라고 모두 자기 눈에 와 닿는 첫 인상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정말 바위 봉우리는 처녀의 젖가슴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그 꼭지에는 거무스름한 빛깔을 띤 유두(乳頭)까지 갖고 있다. 그 젖꼭지 부분을 족두리로 보면 족두리봉이고 거북이 등에 무엇을 얹고 기어가는 형상 같기도 하여 거북바위라고도 하는 것이다. 높이는 367미터. 초보 암벽 타기의 연습코스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암봉이다. 진흥로를 따라 구기터널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솟아있는 봉우리이다.

 탕춘대 성터 능선길은 일단은 평탄하고, 고만고만한 키의 송림이 감싸주어서 향로봉 발치까지는 수월한 편이다. 향로봉을 쳐다보고 젖꼭지봉도 감상하면서 일행들끼리 도란도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눌수 있다. 향로봉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성터길로 계속 나아가면 갈림길 표지가 나온다. 포금정사 400미터만 있고 향로봉 쪽을 가르키는 표지는 없다. 그것은 향로봉 직코스는 위험하기 때문에 포금정사 쪽으로 우회해서 가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곳은 위험등산로이니 우회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과 바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약식 도형, 그리고 Danger라는 영어로 된 안내판이 서 있다.

 분명히 안내판은 포금정사로 우회해 달라고 했지만 등산객 대부분은 기어코 향로봉에 도전해보겠다고 곧장 치고 오르는 길을 택한다. 하기는 조금만 가면 쉼터로는 제격인 작은 바위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여기서 사면팔방으로 조망하는 경치는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여기서 쳐다보는 향로봉은 그야말로 송곳처럼 곧추섰다. 위험하다는 경고문까지 세워 놓았건만 무슨 알피니스트라고 사람들은 이 길을 고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금만 더 가면 진짜 네발로 기어야 할 암벽을 만난다.

 포금정사는 절터로 축대와 층계만 남아 있지만 절터로는 절묘한 곳이다. 좌청룡에는 이북5도청 뒷능선, 우백호로는 탕춘대능선이 감싸안고, 그 사이에 금선사계곡과 구기동 주택가가 들어앉은 형상이다.

 포금정사에서 비봉능선은 그리 멀지 않다. 그러나 숨을 몰아쉴 만큼 가파르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옹달샘에서 물을 마시고 시내쪽을 바라볼 때 바로 오른쪽 바위로 난 길, 계단을 다 내려서서 왼쪽으로 난 오르막길이 정통 코스이다. 비봉능선에는 이제 물이 없다. 그러니 포금정사 옹달샘에서 수통을 채워야 한다.


 북한산 가는길에서 발췌: 박창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