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가는 길(승가사 가는 길) 3편
구기동 삼거리 출발점에서 승가사로 가는 길은 2가지이다. 하나는 절 승용차도 다니는 시멘트 포장길이고 다른 하나는 대남문 코스로 가다가 갈라져서 제4휴식처를 거쳐 가는 길이다.
승가사(僧伽寺)로 가는 정통 코스는 시멘트길이다. 포장된 만큼 실은 재미없는 길이지만 옛날부터 이 코스가 더 잘 알려져 있다. 없는 재미를 찾아가면서 오른다면 오를 만 하다. 초행자들에게는 입구찾기가 다소 어렵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승가사 시멘트길을 물으면 쉽게 가르쳐 준다.
고급빌라 사이를 오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혜림정사라는 절이다. 일주문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아주 우람하다. 무슨 나무이고 몇 년이나 묵은 것인지는 물어 보지 못했지만 아무튼 엄청나게 크다. 다른 절의 일주문 기둥을 보면 매끄럽게 깎고 다듬은 것이 보통(승가사)인데 이 절은 그저 껍질만 벗기고 옹이는 그대로 두었다. 특별히 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절에는 미안한 일이나 대웅전에 올라 향로봉 쪽을 조망해 보는 것이 좋다. 절 인심이 이것까지야 막겠는가. 그쪽 경치가 매료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울 것이다.
절을 나서서 조금만 가면 송림길이다. 이 솔밭길은 매표소를 지나 한참 이어지므로 시멘트길의 지겨움을 다소 덜어준다. 소나무가 우리 민족의 나무이기에 솔밭 역시 퍽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느덧 조그만 고갯길이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전면에 승가봉, 오른쪽으로는 보현봉이 보인다. 출발할 땐 멀기만 느껴졌던 두 봉우리가 어느 틈에 저렇게 가깝다. 저 아래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바위의 올 하나하나가 들여다보이는 듯 하다. 오른쪽으로는 암반을 허옇게 드러 낸 계곡이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진다. 물은 저 밑 구기계곡으로 흐른다.
길옆에 승가사 방향을 알리는 작은 돌비석이 서 있다. 여기서 잠시 왼쪽 계곡길로 들어선다. 물은 유리처럼 맑다. 이 위로는 시설물도 행락객들도 없기 때문이다. 비봉에 오르는 지름길이기도 한데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 길은 아주 호젓하다. 곧 절터가 나온다. 원통사라는 절이 있던 곳인데 흔적만 남았고 다만 마애불 하나가 우리를 맞아준다. 높이가 16미터 쯤 되는 커다란 바위에 양각된 마애불은 가부좌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애불이 새겨진 큰 바위의 왼쪽에 자연 굴이 하나 있는데 굴 안에는 물이 졸졸 흐른다. 여기서 비봉으로 가려면 마애불 바위 양편으로 난 길이나 왼쪽에 보이는 층계길 중 어느 것을 택해도 된다. 모두 이북5도청 뒤 능선길과 만나 비봉으로 갈 수 있다.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가서 승가사쪽으로 가노라면 시멘트길은 좀 가파르다. 고개 마루턱에 서면 승가사가 드디어 나타나고 사모바위를 비롯해서 북한산 남서쪽 경사면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흰 봉우리와 바위들. 그 틈을 비집고 짙게 퍼진 녹음. 하늘까지 쾌청 할 때엔 “과연 수려하다” 는 표현밖에 달리 나올 말이 없다.
곧 승가천(삼거리우물이라고도 함) 이 있는 삼거리이다. 곧장 일주문을 들어서면 승가사이다. 승가사는 신라 경덕왕 15년(756년)에 수태선사가 창건한 절이다. 지금은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이다.
비봉 능선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개가 있지만 다시 승가천으로 내려가서 팻말 옆으로 오르는 것이 가장 알기 쉽다. 능선에는 이제 물이 없으므로 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절 물이나 승가천 샘물로 반드시 수통을 채우도록. 좀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이정표보다는 가깝다. 능선에 오르면 북쪽 경사면이 한눈에 들어오고 의상봉 능선의 옹골찬 기세에 감탄하게 된다. 멀리 백운대도 보인다. 사모바위에서는 방금 떠나온 승가사의 청기와가 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북한산 가는길에서 발췌: 박창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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